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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들 책걸상은 이래요? 우리도 선생님들 의자 쓰고 싶어요!

by 디자인 지식 여행 2025.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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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들 책걸상은 이래요? 우리도 선생님들 의자 쓰고 싶어요!

교실에서 하루 중 가장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은 교사가 아니라 학생이다. 학생들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때로는 방과 후까지 하루의 대부분을 책상과 의자 위에서 보낸다. 그런데도 지금까지의 교실 가구는 학생보다 교사의 편의와 관리 효율을 우선해 설계된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학생이 교실의 주인공이라면, 가구부터 달라져야 한다.”

이 문제는 단순한 편안함을 넘어서 학습 집중도, 건강, 그리고 성별과 체형 차이에 따른 심리적 안정을 좌우한다. 표준이 존재하더라도 실제 생활의 세밀한 맥락이 빠진다면 교실은 여전히 불편한 공간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런 맥락 속에서 새로운 책걸상 디자인을 고민한다.

 

밝은 교실 배경 속, 넓은 상판과 높낮이 조절 다리를 갖춘 아이보리 톤 책상과 파스텔 메쉬 의자가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
학생 중심으로 설계된 조절형 책상과 메쉬 의자의 전체 세트 콘셉트

지금 우리가 가진 기준과 한계

현재 사용되는 KS G 2010(학생용 책상 및 의자) 표준은 2020년 12월에 마지막으로 개정되었다. 이 표준은 유치원부터 초·중·고까지 모든 연령을 아우르며, 가구의 최소 치수와 시험 기준을 제시한다. 최근 개정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다음과 같다.

  • 7호 규격 신설: 키 195cm 기준의 초대형 사이즈 도입
  • 좌판 길이 확대: 호수별 2~4cm 확장
  • 강도·내구 시험 상향: 책상 추 하중 45→60kg, 의자 하중 1300→1600N
  • 기능성 시험법 추가: 상판 각도 조절, 발받침, 캐스터 책상 등

언론 역시 “학생 체격이 커졌다 → 7호 추가, 좌판 확대, 시험 강화”라는 흐름을 짚었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보완에도 불구하고 실제 납품되는 교실 가구는 여전히 획일적이다. 높낮이 조절, 인체공학적 설계, 프라이버시 배려 등은 여전히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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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의 실제 불편과 배려

특히 여학생들은 교실 가구에서 더 많은 불편을 호소한다. 치마를 입은 상태로 장시간 앉으면 무릎을 모아야 하는 부담이 생기고, 좌판 모서리가 허벅지 뒤를 눌러 혈류가 방해된다. 고정형 앞 가리개는 상판을 올렸을 때 무릎과 허벅지 라인이 드러나는 한계를 지닌다. 또한 위생용품을 눈에 띄지 않게 보관할 공간이 없어 불편을 겪는다.

생리 주간에는 교실이라는 공간 자체가 너무 개방적이고 시선이 집중되어 불안감을 키운다. 은밀한 보관 공간시선 차단 장치, 그리고 앉은 자세의 압박 완화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기본 권리다. 이는 최근 행동 유도 디자인 글에서 다룬 ‘공간이 사람의 움직임과 심리를 어떻게 바꾸는가’와도 맞닿아 있다.

  • 워터폴 좌판: 좌판 앞을 둥글게 처리해 허벅지 압박을 최소화
  • 좌판 깊이 슬라이드: 체형별 허벅지 지지 최적화
  • 등받이 마이크로 틸트(3–5°): 복부·허리 긴장 완화
  • 사이드윙 플립업: 옆자리 시선 차단, 프라이버시 강화
  • 퍼스널 캐디: 위생용품·파우치 은밀 보관

책상 다리에 내장된 스프링과 고정 핀, 상판이 12도 기울어진 상태를 보여주는 근접 스케치
상판 각도와 다리 높낮이 조절 기능을 보여주는 구조 디테일

자료조사와 해외 사례

해외는 이미 오래전부터 학생 가구를 세분화된 치수 체계로 관리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EN 1729 규격이다. 이 규격은 Part 1(기능 치수)와 Part 2(안전·시험)으로 분리되어, 신장과 슬괵높이(엉덩이에 앉은 상태에서 바각까지의 높이)에 맞춘 사이즈 마크 방식으로 교실을 구성한다. 우리처럼 획일적인 호수 체계가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체형에 맞게 가구를 배치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제품 사례로는 독일 VS사의 PantoSwing 라인이 있다. 이 의자는 DIN/EN 1729 사이즈 체계를 따르면서 좌판이 앞뒤로 미세하게 흔들려 능동적 착좌를 유도한다. 이는 셀카 스팟 공공디자인 글에서 설명한 ‘작은 설계 장치가 사람의 행동 패턴을 유도한다’는 원리와 동일하다

새로운 방향 – 학생 중심 가구 설계

이 프로젝트는 기존 불편을 개선하고, 해외 사례에서 배운 원칙을 접목해 학생 중심 가구를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인테리어와 조경의 시너지 글에서 다룬 것처럼, 물리적 구조와 사용자의 경험이 맞물릴 때 공간의 가치는 배가된다. 교실 가구 또한 학습 공간의 심리적 질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책상의 개선 포인트

  • 와이드 상판: 3.5:3 비율, 필기·디지털 기기 동시 활용
  • 각도 조절: 0~12도 스냅식, 다양한 학습 모드 대응
  • 높낮이 조절 다리: 핀+스프링 방식, 성장 단계 반영
  • 슬림 서랍: 앞뒤 개방, 가슴 지지 쿠션 설치 가능
  • 프라이버시 칸막이: 하단 고정 + 상단 자석 탈부착(반투명)

의자의 개선 포인트

  • 메쉬 등받이: 통풍·유연성 강화
  • 쿠션 안장: 얇은 폼패드 + 메시 조합
  • 머리 지지대: 슬림·탈부착형, 반투명
  • 바퀴 없음, 회전 없음: 집중력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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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ype과 B-Type 비교

구분 A-Type B-Type
책상 일반 높이, 상판 0도, 자석 칸막이 없음, 서랍 닫힘 +10cm 높이, 상판 12도, 반투명 자석 칸막이 부착, 서랍 열림 + 가슴 쿠션 설치
의자 머리 지지대 없음, 일반 높이 머리 지지대 부착, 일반 높이보다 +10cm

학생이 책상에 몸을 기대어 쉬는 모습, 슬림 서랍 위에 쿠션이 놓이고 양옆 반투명 칸막이가 펼쳐진 상태
A-Type과 B-Type 비교

쉼과 회복의 모드

짧은 쉬는 시간에도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의자에 기대는 것 이상의 기능이다. 가슴을 받치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거나, 머리를 올려놓고 긴장을 풀 수 있는 장치가 큰 차이를 만든다. 책상 서랍의 가슴 지지 쿠션, 등받이의 미세 틸트, 탈부착 머리 지지대는 교실 속 작은 회복의 공간을 만든다.

여학생에게는 더욱 의미가 크다. 생리 주간에 사이드윙을 펼쳐 시선을 차단하고, 퍼스널 캐디에 위생용품을 은밀히 보관하며, 등받이 틸트로 복부 압박을 줄일 수 있다. 교실이라는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이 아니라 배려의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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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학생용 책걸상은 단순한 가구가 아니다. 그 위에서 아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며 배우고 성장한다. 교사의 편의를 넘어, 이제는 학생의 성별·체형·심리까지 고려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이번 리디자인 프로젝트는 그 시작점이다. 작은 차이가 학생들의 하루와 학습 태도, 그리고 건강한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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